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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기자의 이런 증상 고발합니다] 코에다 실총(銃)
성형수술이 갈수록 초간편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스코' 성형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스코는 미스코리아의 준말이 아니다. 요즘 뜨는 코 성형 수술 이름이다. 영어로는 'MIS코'다. 최소한으로(Minimal) 살을 건드려(Invasive) 지지체(Scaffold)를 이용해 코를 세운다는 뜻이다.
미스코의 원리는 한 마디로 코에다 '실 총'을 쏘는 것이다. 코끝에 바늘로 구멍을 뚫고 바늘 안에 장착된 특수한 실을 갖다 박는 식이다. 실 길이는 2~3㎝다. 이 실은 표면이 까칠까칠하게 제작됐다. 여러 개의 실이 바늘을 통해 콧등과 코끝에 들어가면 살 안에서 서로 엉겨 붙으면서 지지체가 형성된다. 몸 안에서 실타래가 엉켜 하나의 구조물을 형성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나서 약 10초 정도 손으로 원하는 모양새로 주물럭거리고 나면 그 상태로 콧등과 코끝이 선 채로 굳는다. 시술은 5~15분 걸린다. 몇 분 안에 코에 주사 몇대 맞고 코끝이 마술처럼 서버리는 셈이다.
칼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코가 붓지도 않는다. 바늘 자국만 남는다. 그 자국은 하루면 싹 없어진다. 피검사 받은 주삿바늘 흔적이 금세 없어지듯 말이다. 수술 후 화장하면 그것도 감춰진다.
이 실의 원재료는 몸의 내부 장기나 속살을 꿰매는 데 쓰이는 봉합사다. 6개월이면 자연스레 흡수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 굳은살이 생겨 본래 모양의 30% 정도는 남는다. '첫 작품'이 맘에 들면 녹지 않는 실로 다시 하면 된다.
미스코를 개발한 사람은 손재주 좋은 한국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희영이다. 그는 의료계의 발명왕으로 통한다. 발명 특허가 150여가지 된다. 미스코는 그중 하나다. 그는 현재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이 시술을 전파하고 있다.
미스코 수술 주요 대상자가 재밌다. 바빠서 코 성형을 받을 시간이 없는 직장 여성이다. 웨딩 사진이나 졸업 앨범 촬영을 앞둔 여성도 해당된다. 급하게 코를 세워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코끝을 앞으로 길게 빼서 고정하는 효과가 좋기 때문에 '뻥 코' '들창코'로 불리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도 대상이다. 콧방울에도 실을 넣어 두툼하게 하니 콧구멍이 크게 보이는 사람들도 해볼 만하다.
미스코의 단점도 있다. 원재료가 실이다 보니, 실리콘처럼 볼륨을 키울 수는 없다. 수술 직후 코를 잘못 누르면 모양이 뒤틀릴 수 있다. 수술 후 일주일 정도는 웃을 때나 말할 때 인중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6개월용 코'에 100만~150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예전에 넥타이 안에 철사를 심어 넣고 넥타이가 바람에 휘날리듯 허공에 떠 있게 한 디자인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이제 코에 실을 심어 넣어 코끝이 하늘을 향하게 하고 있으니, 성형수술이 맨살 디자인의 세계로 넘어간 느낌이다.
출처 :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29/20100929014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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